부트발 잡담

[부트발 잡담] 축구 광인 좌파, 세상을 떠나다.

파울리노 하나 2024. 5. 8. 07:23

지난 6일,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축구인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가 향년 85세에 세상을 떠났다.


메노티는 축구를 정치적 개념인 좌익과 우익으로 나누어 보기 시작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선수의 창의성을 중요시 여기며 공격적인 축구를 숭배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축구를 일명 좌익 축구로, 그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는 규율과 짜임새가 철저한 수비적 축구를 우익 축구로 분류했다.

메노티는 좌익 축구를 사랑한 반면에, 우익 축구는 선수들의 창의성 성장을 억제하며 시스템에 의존하는 바보들을 생산하는 축구라고 생각했다.


대중들이  메노티하면 떠올리는 대표적 업적은 1978 월드컵 우승일 것이다. 물론 군부독재 아르헨티나의 압력이 가해진 대회이기에 이를 메노티와 아르헨티나의 온전한 업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1978 월드컵은 메노티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커리어다.

그는 군부의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좌익 정치성향을 숨기지 않았으며 그의 굳건한 믿음과 태도는 축구에서도 반영되었다.

그는 자신의 신변이 위협받을만한 상황에서도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축구를 통해 노동계급, 민중들을 위해, 우상의 축구를 선보이려 노력했다.

메노티는 그런 남자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메노티 사임 이후 두 번의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은 모두 메노티의 성향과는 반대되는 실리적인 우익 축구에서 이뤄졌다.

그럼에도 그 두 번의 우승 속에는 디에고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라는 좌익 축구가 추구하는 덕목을 종목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갖춘 선수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디에고 마라도나와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


이는 예나 지금이나 우익 축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기 위해선 결국엔 좌익 축구의 덕목에 충실한 '천재'가 필요하단 답으로 귀결된다.

잘 정돈된 시스템으로 도출된 결과가 그 어떤 때보다 큰 가치를 가지는 현대에 메노티의 좌익축구에 대한 숭배는 과연 어떤 새 의미를 가질까.


글: 파울리노 하나 (정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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