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스포츠를 찾는가?
사람들은 왜 스포츠를 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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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자, 콘텐츠이자 주제이다. 스포츠는 왜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걸까?
그 이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며, 스포츠의 등장 배경에 있다. 고대부터 인간은 활동을 통해 체력과 기량을 키우고 경쟁을 통해 상대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다. 고대의 인간들은 그런 욕구들을 사냥과 전투등의 활동을 통해 해소했는데,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짜릿한 감정에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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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그런 감정들은 직접 참여하는 이가 아닌,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전해졌다. 그렇게 그리스의 올림피아나 로마의 검투 등이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운동 경기 콘텐츠의 성질을 뛰기 시작했고 이것이 현재의 스포츠의 기원이다.
현존하는 스포츠 중 가장 많은 인구가 즐기고 소비하는 종목인 축구 또한 그런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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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기원은 매우 오래전으로 거슬러가야 하며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축구가 스포츠의 성질을 띄기 시작한 시기는 비교적 명확하다.
혹자는 축구협회 설립을 그 시기라고 말하기도 하나, 필자는 산업혁명이야말로 축구란 스포츠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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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시기에 노동자들의 생활은 극심한 고난에 빠졌다. 노동자들은 수면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반복적인 작업을 해야 했으며, 지금이라면 유치원에 있어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생계를 위해 노동에 뛰어드는 경우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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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에서 당연하게도 노동자들은 스포츠의 바탕이 되는 욕구 또한 충족 못하는 삶을 살아야 했고, 이러한 고통스러운 삶이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폭력성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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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세기 말로 넘어오면서 노동자들의 환경이 개선되어 여가시간이 생기게 되자 노동자들은 신체적 활동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축구를 시작했고,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도는 급성장하게 되었고, 이 시기 축구가 스포츠이자 콘텐츠의 성질을 띄기 시작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축구의 발전 배경에는 인간의 신체적 활동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2. 어째서 축구를 택하는가?
그렇다면 왜 많고 많은 스포츠 종목들 중 유독 축구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까?
앞에서 말한 신체적 활동의 욕구들은 다른 종목들로도 채울 수 있는 것임에도 왜 사람들은 굳이 축구를 택했고 택하냐는 것이다.
수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축구의 접근성에 있다. 기본적으로 단순 공놀이는 공 이외의 준비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을 정형화된 구기종목으로 바꾼다면 공 이외의 준비물을 요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야구, 크리켓, 배드민턴, 테니스, 럭비, 농구는 공 이외의 준비물과 전용 구장이 필요한 구기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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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축구는 공 이외의 별다른 준비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야구의 배트나 글러브, 보호장구 배드민턴의 라켓과는 달리 축구의 축구화나 키퍼 글러브는 필수적인 도구가 아니기에 별다른 도구를 요하지도 않으며 럭비나 농구처럼 득점을 위해서 공중의 구조물을 이용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공터에 엔드라인과 골대 영역을 정해놓을 수만 있다면 전용 구장 또한 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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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11대 11로 진행하는 것이 정석적인 방식이지만, 경기장의 영역을 좁히는 식으로 적은 인원 수로 경기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공을 발로 컨트롤하는 기량을 굳이 축구 경기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게임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축구 경기를 위한 정말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경우나 오랜 기간 같은 종목의 경기만 하다 질렸을 경우에 이러한 부분은 유용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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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높은 접근성 덕에 축구엔 다양한 인재가 공급되며, 많은 스타들이 태어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즐긴 경험이 있기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이 때문에 산업의 규모는 커지고 이 것이 중계 산업등과 연계되어 또다시 종목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식의 순환으로 축구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가 될 수 있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3. 내가 축구를 접한 경로
필자가 축구를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또한 명확히 이런 접근성 덕이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나와 축구의 첫 접점은 중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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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5살도 되지 않았을 무렵에 아버지께선 퇴근 후에 텔레비전을 통해 국가대표 경기를 즐겨 보셨고, 그것을 옆에서 본 것이 나와 축구의 첫 접점이었다. 당시엔 그저 축구를 '텔레비전에서 하는 재미있는 거' 정도로만 인식했지 그 이상의 관심이나 애정은 없었다.
그러나 이후에 '이나즈마 일레븐'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되며 내 인생은 조금씩 축구에 기울기 시작했다. 현실 축구와는 동떨어져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기술들은 나를 매료시켰고 내게 축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불어넣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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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필자는 생애 첫 축구공을 사고 발로 공을 다루기 시작했다. 아마 이니에스타, 토레스, 델피에로 등의 선수들이 캡틴 츠바사를 보고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과 비슷한 효과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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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운동장이란 공간이 확보되니 친구들과 함께 넓은 공간을 뛰어노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그중 으뜸으로 재미있던 것은 당연 축구 경기였다. 축구를 잘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했다. 골을 자주 넣진 않았지만 운동을 못하진 않았기에 간간히 멋있는 골을 넣기도 했다. 축구를 하는 것을 통해 얻는 짜릿한 감정이 각인된 시기가 이때였을 것이다.
4. 내가 축구에 빠지게 된 계기
필자의 경우는 축구 경기를 뛰기 시작하면서 축구의 재미를 깨닫긴 시작했으나, 축구에 빠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관심이 깊어진 시기는 그보다 이후였다.
나는 이전까지 축구 선수나 감독, 팀, 구단, 경기와 콘텐츠 등의 관심도가 크진 않았다. 이름을 알고 있던 선수들은 여럿 있었다. 다만 그 선수가 잘하고 유명하다는 사실만 알고 그 선수가 어떤 팀에서 뛰고 있는지, 어떤 감독의 아래에서 뛰고 있는지, 어떻게 축구를 하는지를 알고 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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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무렵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그 선수를 알게 되면서 축구 선수와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는 극도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디에고 마라도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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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축구에 미치게 된 것은 디에고 마라도나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마라도나는 충격이었다. 당시의 필자는 들어본 적 없는 선수였음에도 비디오 속 마라도나의 플레이는 내가 알고 경험한 축구의 플레이와는 너무나도 달랐고, 이 선수의 수준이 어나더 클래스임을 직감했다.
마라도나를 알게 된 후 나는 '내가 모르는 더 대단한 선수들이 있진 않을까?'란 생각으로 경기와 축구 선수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필자는 그 비디오 속 충격을 뛰어넘는 선수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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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축구에 대한 관심은 마라도나를 계기로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게 되었다.
이후 축구게임을 통해, SNS를 통해 축구를 취미로 즐기는 이들과 대화하며 견문을 넓히게 되었고, 현재에는 축구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이들이 모인 Futball Creator United라는 단체에 속하게 되어 축구 관련 글을 블로그에 써 내려가고 있다.
말 그대로 축구에 빠지게 된 것이다.
5. 내가 서포터가 된 계기
텍스트를 통해 직접적으로 밝히는 것은 처음이지만 필자는 FC 바르셀로나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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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는 축구를 보기 시작한 시점을 생각한다면 응원팀을 늦게 정한 편이다. 마라도나의 임팩트가 컸던 탓일까. 선수에 대한 관심에 비해 팀이나 구단에 대한 관심이 성장하는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응원팀을 선택하려는 시기에도 나는 마라도나의 영향에 갇혀있었는지, 개인기량이 압도적인 선수가 있는 팀을 응원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리오넬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마라도나가 속한 적이 있었던 구단이기도 했으니 바르셀로나엔 더욱 가산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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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팀으로 바르셀로나를 정한 뒤 자연스럽게 팀의 역사를 찾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요한 크라이프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바르셀로나가 세워낸 그 어떤 업적보다도 빛나는 혁명들에 조금씩 빠져들었고, 라 마시아를 비롯한 구단의 명확한 콘셉트에 반하게 되었다. 그렇게 굳건한 바르셀로나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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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마라도나, 크라이프. 내가 바르셀로나의 팬이 되는 계기가 된 인물들이다. 이 시기에 필자는 스타의 존재가 구단에 끼치는 영향력과 축구의 높은 접근성에 의한 다양한 인재의 공급을 몸소 체감했다.
필자의 경우엔 스타들의 플레이를 동경하는 성향이 강했기에 디에고 마라도나의 영향으로 축구에 빠지게 되었으며, 리오넬 메시와 요한 크라이프의 영향으로 바르셀로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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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축구에 빠지게 되었는가?" 팬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돌아오는 답은 수 없이 다양할 것이다. 감독이 좋아서, 전술이 좋아서 혹은 직접 하는 게 재미있어서 축구에 빠지게 되는 이들도 굉장히 많다.
축구팬의 수만큼 계기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모든 축구팬들의 뿌리가 되는 지점은 비단 축구팬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성질일 것이라는 점이다.
경쟁과 발전을 통해 얻어내는 짜릿한 감정에 대한 욕구야말로 축구를 움직이고 스포츠를 움직이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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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파울리노 하나 (정원길)
이메일: 9cruyff14@gmail.com
인스타그램: paulino_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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