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4 시즌 라 리가 첫 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던 매치업이 이번엔 바르셀로나의 홈, 류이스 콤파니스에서 펼쳐졌다.
경기 종료 시점의 스코어는 4-0. 바르셀로나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먼저 경기의 선발 명단을 살펴보자면, 바르셀로나는 평소 애용하는 대형인 1-4-3-3 대형을 들고 나왔으며 특이점은 파우 쿠바르시를 오른쪽 센터백으로 배치시키고 로날드 아라우호를 왼쪽 센터백으로 세웠다는 점이다. 아마 차비 감독은 대인수비력이 뛰어난 아라우호를 그린우드 쪽에 배치함으로 최대한 영향력을 무력화하길 바랐을 것이다. 페드리 곤살레스와 라민 야말은 벤치에 앉았는데, 신체적 경합을 내세우는 팀에게 있어서 좋은 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 차비 감독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헤타페의 선발 라인업의 특이점은, 평소에 애용하는 1-4-4-2 대형이 아닌, 1-4-5-1 대형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또한 신체적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기 좋은 카드인 다코남 제네를 레프트백으로 배치했으며, 빠른 주력을 활용한 공격력에 강점이 있는 레프트백인 디에고 리코를 좌측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경기의 전체적인 내용은 높은 라인을 형성하고 1-5-3-2와 1-4-4-2를 활용해 바르셀로나의 주축 선수들을 압박하며 바르셀로나 공격전개의 개인기량 의존을 파고든 헤타페, 그리고 이를 무력화 시킨 4백의 일원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 바르셀로나 주축 선수들의 미끼 움직임.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르셀로나는 왼쪽 날개 역할을 주앙 칸셀루에게 맡기고, 레프트윙인 주앙 펠릭스를 왼쪽 인사이드 포워드로 활용하고, RCM의 일카이 귄도간을 오른쪽 인사이드 포워드로 활용하며 공격인원 5명을 유지했다.
헤타페는 프랭키 더용, 일카이 귄도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공을 잡고 자신들 진영의 골대를 바라보지못하도록 강한 견제를 했으며, 전진패스와 압박에 대한 대응에서 떨어지는 크리스텐센또한 견제하며, 바르셀로나의 최대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지공 공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공이 측면으로 흐를 시, 특히 볼플레잉에 있어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라우호 쪽으로 흐를 시에 빠른 압박을 가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헤타페의 이러한 준비들은 오판이었다고 판단해도 될 정도로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과 다이렉트 플레이에 처참히 무너졌다.
아라우호 쪽으로 공이 흐를 시 곧바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아라우호를 향한 바디 포지션을 가진 그린우드.
아라우호와 쿠바르시 사이 공간으로 테어슈테겐이 올라오며 4백이 형성된다.
더용이 좌측면쪽으로 이동. 더용을 마크하고 있는 루이스 미야는 아라우호 쪽을 통한 전개를 경계해야 하기에 더용을 따라갔다.
더용과 미야가 떠난 자리에 공간이 발생,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이 해당 공간으로 이동. 그를 마크하던 일라시 모리바가 크리스텐센을 따라 이동한다.
모리바가 올라감으로서 센터서클 부근에 공간이 발생. 귄도간과 레반도프스키가 공간으로 이동한다.
테어슈테겐이 크리스텐센에게 패스, 들어오는 보르하 마요랄과 모리바의 압박.
크리스텐센이 쿠바르시에게 패스. 순간적으로 레반도프스키에게 패스를 넣을 수 있을만한 공간이 생성된다.
때문에 레반도프스키의 마크맨인 가스톤 알바레스가 레반도프스키가 공을 받더라도 골대 쪽을 바라볼 수 없도록 따라가며 라인을 이탈한다.
마요랄의 빠른 압박.
쿠바르시가 쥘 쿤데에게 패스. 쿤데를 향한 리코의 압박.
귄도간이 쿤데에게 패스를 받을만한 공간인 우측면으로 이동. 때문에 알데르테가 라인을 이탈한다.
네마냐 막시모비치가 중앙 쪽으로 이동해 봤으나, 센터백 두 명이 이탈한 공간을 매우기엔 역부족이다.
하피냐의 공간을 향한 침투. 쿤데의 다이렉트 패스를 통한 프리찬스 생성.
테어슈테겐이 LCB에 위치해있다.
아라우호에 대한 그린우드의 바디포지션.
크리스텐센을 모리바가, 더용을 미야가 마크한다.
쿠바르시에게 패스.
아라우호에게 공이 흐르도록 하기 위한 리코와 마요랄의 압박.
귄도간 쪽의 공간이 발생한다.
쿠바르시가 테어슈테겐에게 패스. 마요랄은 쿠바르시나 크리스텐센에게 공이 갔을 시에 곧장 압박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정했다.
귄도간은 리코와 모리바의 뒤쪽 공간으로 내려왔으며 테어슈테겐의 바디 포지션은 전방을 향해있다.
귄도간을 향한 킥을 우려한 알데레테가 라인을 이탈해 귄도간을 마크.
그러나 테어슈테겐은 킥을 선택하지 않고 왼발을 통해 반박자 빨리 쿤데를 향해 다이렉트 패스를 시도한다.
귄도간이 쿤데에게 패스받을 수 있을만한 우측면으로 이동. 귀도간을 견제하기 위해 알데레테가 이를 따라가면서 레비에게 넓은 공간이 주어졌다.
쿤데가 쿠바르시에게 리턴패스를 주자 아라우호 쪽으로 몰기 위한 마요랄의 강한 압박.
쿠바르시가 테어슈테겐에게 패스.
그린우드는 여전히 아라우호를 향한 바디 포지션.
테어슈테겐이 공을 소유한 채 전진했다. 마요랄과 모리바, 미야의 시선이 테어슈테겐에게 쏠리며 더용과 크리스텐센에 대한 견제를 위해 전진했다.
두 명의 전진과 양 인사이드 포워드에 대한 대인수비로 인해 레반도프스키에게 넓은 공간이 생성된다.
라인을 관통하는 테어슈테겐의 패스.
귄도간을 마크하던 알데레테가 레반도프스키가 헤타페 골문을 바라볼 상황을 대비한 위치와 바디포지션을 설정했으며 때문에 귄도간에게 공간이 생성.
원터치로 귄도간에게 내준 레반도프스키.
이미 귄도간에겐 헤타페의 골문을 바라보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었음에도 알데레테는 귄도간을 향해 몸을 돌리고 압박을 시도했고, 레비의 뒷공간 침투 커버를 가스톤에게 맡겼다. 상대의 거리감을 파악하지 못한 무리한 압박은 효과가 매우 떨어졌다.
결국 귄도간의 패스가 레반도프스키가 쇄도 중인 뒷공간을 향하며 기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그린우드가 좌측면 미드필더로, 리코가 레프트백으로, 제네가 라이트백으로 이동한 후에도 이러한 기회는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크리스텐센을 마크하는 미야
쿠바르시를 우측면으로 모는 마요랄의 압박과 쿤데를 마크 중인 리코.
그러나 쿠바르시가 귄도간을 향한 다이렉트 패스를 넣으며 리코의 뒷공간을 귄도간이 이용할 수 있다.
귄도간이 공간으로 드리블을 가져갔으나 모리바가 헤타페 쪽 골문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위치를 선정해 귄도간은 순간적으로 모리바, 미야, 리코가 이루는 삼각 대형에 갇혔다.
때문에 크리스텐센이 귄도간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크리스텐센이 귄도간과 스위칭하려 하자 미야가 크리스텐센에게 다가갔고 덕분에 귄도간에겐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
더용이 귄도간을 패스를 받기 위해 이동했으나 패스를 주진 못했다.
결국 쿤데에게 패스.
더용은 계속해서 우측면으로 다가가며 이번에는 쿤데의 패스를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막시모비치가 더용을 견제하기 위해 이동했다.
줄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그린우드에게서 압박이 들어오자 쿠바르시에게 패스.
아라우호 쪽으로 몰기 위해 마요랄이 쿠바르시를 압박했으며 더용을 마크하던 막시모비치는 아라우호의 앞의 지나친 공간을 커버하고 아라우호에게 공이 향할 시 곧장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한다.
마크가 없는 더용에게 공간이 생기자 크리스텐센을 마크하던 미야가 더용을 견제하기 위해 내려온다.
아라우호에게 칸셀루가 내려오기까지의 시간을 보낼 공간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 테어슈테겐은 아라우호에게 공간을 향하며 볼을 발에 두었을 때에 수비수들과 가까워지는 패스가 아닌 정확하게 사람을 향하는 패스를 선택했다.
아라우호에게 패스가 향하자 곧바로 압박을 시작하는 헤타페 선수진.
그리고 그 압박 뒤에 공간이 발생한다.
결국 아라우호에게 제대로 된 압박이 가해지기 전에 칸셀루에게 공이 전달되었다.
압박 뒤의 공간으로 레반도프스키와 크리스텐센이 내려와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알데레테는 수비라인을 이탈해 레반도프스키를 마크했으며, 크리스텐센은 귄도간을 마크하던 모리바가 마크했다.
또한 미야는 더용이나 레반도프스키, 크리스텐센에게 공이 향할 시에 차단하거나 압박을 가하기 용이한 위치에 있었다.
모리바가 크리스텐센에게 붙자, 귄도간에게는 공간이 발생한다.
칸셀루가 귄도간의 공간에 킥을 시도했으나
칸셀루 킥이 바운드가 이뤄지면서 귄도간이 뜻대로 컨트롤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며 하피냐 마크를 포기하고 전진한 리코와 모리바와 알데레테의 압박도 있었기에 귀도간은 헤더를 통해 후방으로 공을 패스했다.
헤더 후 귄도간은 레반도프스키가 본래 있어야 할 센터포워드 자리로 이동한다.
귄도간의 헤더가 선수 사이를 흘러서 PA부근으로 이동했다.
쿠바르시가 등을 지고 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자 마요랄이 빠르게 압박을 시도.
테어슈테겐이 터치라인 부근으로 돌아 들어와 상대 골대 방향을 응시하며 공을 컨트롤함과 동시에 마요랄과 자신의 거리 중간에 쿠바르시를 둠으로 열세적인 상황을 떨쳐냈다.
또한 미야와 모리바가 각각 레반도프스키와 크리스텐센을 다시 마크하고, 그린우드가 쿤데를 마크하면서 귄도간에게 공간이 발생한다.
귄도간이 공간으로 이동하려 하자 알데레테가 수비라인을 이탈해 귄도간을 견제하려 했다.
귄도안의 공간을 향해 테어슈테겐은 킥을 시도.
테어슈테겐의 킥은 정확하진 않았으나 귄도간의 공간을 향한 킥이었기에 알데레테는 이동하면서 헤더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으며 때문에 정밀한 헤더가 어려워졌다.
결국 알데레테의 헤더가 레반도프스키의 앞에 떨어졌고 헤타페의 수비진엔 알데레테의 빈자리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레반도프스키는 한 번에 하피냐가 쇄도하는 공간을 향해 패스를 넣었고, 결정적인 찬스로 이어진다.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의 아쉬운 결과를 위로할 수 있을만한 대승이긴 했으나, 싱거운 승부였다.
초반부터 바르셀로나가 다이렉트 플레이를 통해 찬스를 맞이한 것이 헤타페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헤타페의 노림수는 확고했지만 어째선지 피치 위에서 보이는 내용은 단순했다. 테어슈테겐의 시야는 공간의 넓이만을 보는 시야가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간과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팀적으로 더 나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오늘 상대는 너무나 확고한 약점과 답안을 가지고 있었던 팀이었고, 그것이 초반에 잘 맞아떨어지면서 바르사가 경기를 쉽게 풀었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르사는 본래 공을 땅에 굴리는 플레이에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이던 팀이었으며, 구단의 철학과 체급상으로도 추구해야 할 방식이 그것인데, 헤타페전에서 나온 것들 중 그런 부분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이렉트, 롱볼 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헤타페 정도가 아닌 이상 이러한 플레이를 시도하고 성공시키는 데엔 한계가 있다.
바르셀로나의 다음 경기는 산 마메스 원정이다. 바르사가 최대한 좋은 분위기를 이어서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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