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공격수 출신인가'
이건 '결승전을 앞둔 라커룸의 분위기가 제 3자의 눈에 얼마나 정돈 되어 있는가' 만큼이나 큰 고려할 가치가 없는 부분이다.
후방 자원의 필드 전체를 바라보는 능력을 강조한 요한 크라이프의 영향인지 대중들이 공격수는 피치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인식과 전술적 안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크라이프의 '그 강조'는 어디까지나 피치위에서 후방에 위치한 선수가 가질 수 있는 시야라는 이점을 더욱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지. 그 선수의 지도자적 자질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즉 감독의 선수시절 포지션은 결과가 나쁘면 얼마든지 나쁘게 연관지어 볼 수 있고, 결과가 좋으면 얼마든 좋게 연관 지어 볼 수 있는 문제라는 말이다.
1. 수적 열세
2022년에 실시한 CIES(국제 스포츠 연구 센터)의 89개국 126개의 리그, 1866개의 팀을 대상으로 한 포지션 조사에 따르면, 프로선수 포지션 중 미드필더가 38.1%로 가장 높은 비율이었고 그다음은 30.3%의 수비수였고, 그다음이 공격수로 22.4%의 비율을 기록했다.
프로선수 경력이 있는 현역 감독의 포지션 조사에선 미드필더 출신이 42.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 뒤가 수비수로 34.5%. 공격수는 19.6%였다.
즉, 유능한 감독중 공격수 출신이 적어 보이는 것은, 축구에서 선수 풀이 미드필더나 수비수에게 상대적으로 더 쏠려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 종목의 특성에서 나오는 포지션의 위상과 환경
또한 축구는 공을 상대팀 골대 안에 넣는 골이라는 행위를 성공하면 득점이 기록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골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는 공격수들에게 높은 가치가 매겨지며, 상대적으로 이목이 집중된다.
트랜스퍼마크트의 선수 시장가치 상위 100인을 살펴보면, 그중 1선 또는 2선으로 분류될 수 있는 자원들이 55인이란 걸 알 수 있다.
또한 포브스가 조사한 축구선수 연간 수입(현장 수입+현장 외 수입) 순위 Top 10에선, 9위 케빈 더 브라이너(이 선수도 2선 자원으로 득점에 대한 관여도가 높다.)를 제외한 전원이 공격수다.
공격수는 비슷한 포지션별 위상을 지닌 다른 포지션에 비해 소속팀에게 금전적으로 더 좋은 대우를 받거나,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기에 용이한 상황인 것이다.
그렇기에 현역 시절 공격수를 맡았던 이들 중 유명한 이들은 금전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지도자의 길로 들어설 금전적 필요를 상대적으로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
3. 위대한 공격수 출신 감독들과 종목의 인식변화
사실 '공격수 출신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는 것이 오판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선 멀리 갈 필요가 없다. 현대 축구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받는 리누스 미헐스와 알렉스 퍼거슨이 공격수 출신 감독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헐스는 네덜란드 국가대표 경력과 함께 아약스의 원클럽맨이란 타이틀도 지니고 있다.
특히 미헐스는 당대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기술력에 강점이 있진 않았고, 힘과 경합, 헤더 능력이 돋보인 선수였다고 한다.
그의 제자인 요한 크라이프가 '탁월한 기술력의 9.5번' 성향의 선수로 필드 전체에 영향력을 끼쳤던 것을 생각했을 때, 그와 정반대로 필드의 특정 공간에서 공을 소유해 내는 부분에서 강한 모습을 지닌 포워드였던 것이다. 이 또한 감독의 선수시절의 성향이 지도자의 능력적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들 외에도 스코틀랜드식 패싱게임을 유럽에 뿌리내리게 한 지미 호건, WM포메이션의 창시자 하버트 채프먼, 축구 과학자란 별명으로 불린 발레리 로바노프스키, 노팅엄 포레스트란 전력의 상대적 약세에 위치한 팀으로 풋볼 리그 우승과 유러피언컵 2연패를 해낸 브라이언 클러프, 브라질 국가대표 역사상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마리우 자갈루, 아르헨티나의 좌익 축구 광신자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 1994-95 시즌 아약스를 챔스와 리그 무패 우승으로 이끈 루이 반 갈 등 공격수 출신의 훌륭한 감독들은 많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모른다고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옛 시대의 선수들이며, 현대 축구로 넘어오면서 공격수 출신 성공적인 지도자를 보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한 상대적 수의 열세가 벌어진 경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태초의 축구는 패스와 수비를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했으며, 개인의 슈퍼플레이와 득점을 숭상했다. 그 배경에서 태어난 대형이 1-1-9 대형이다. 그리고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의 패싱게임에 영향을 받으며 패스를 축구의 요소로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축구란 종목의 인식이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1-2-3-5 대형이 나타났으며 이후에 수비와 중원의 장악, 압박 등 팀 전체의 전술적 작용을 고려하게 되며, 메토도 시스템과 1-4-2-4 대형 그리고 현대 축구로 넘어오면서 1-3-4-3, 1-4-4-2, 1-4-3-3 등 시대를 대표하는 대형이 바뀌었다.
시대가 넘어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개인의 슈퍼플레이 보단 팀을 승리로 이끄는 플레이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고 현대로 넘어오면서 게임에 필요한 공격수의 절대적인 수가 줄어들었다. 절대적으로 공격수 포지션에만 쏠려있던 사람들의 관심도도 3선과 4선까지 관심이 분산되었다. 이는 축구계의 공격수 인재 양성에 영향을 끼쳤고, 그렇게 공격수의 수가 줄어든 것이다.
윙포워드 성향을 지니고 있는 센터포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르셀로나, 메시와 호날두로 대표되는 당대의 최고 스타였던 윙포워드들 그리고 다양한 3선 미드필더의 대두를 겪고 현시대에 전통 9번 유형의 선수가 드물어진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4. 선수 시절과의 연관성
팬들의 입에서 명선수가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오가는 것으로 보아도 일개 팬이 볼 수 있는 것들의 선에서 선수에게 요구하는 능력과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꽤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로타어 마테우스, 호베르투 파우캉 이 둘은 당대 최고의 선수들 중 하나이자 광활한 시야와 뛰어난 전술안을 지니고 있었던 역대 최고의 3선 자원으로 손꼽히는 이들이나, 그들의 감독 경력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로날드 쿠만은 네덜란드 축구가 배출해낸 역사상 최고의 후방 플레이메이커 중 하나이지만 그의 감독 경력도 성공적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간단하게 말해, 보는 것과 그리는 것은 별개까진 아닐지 몰라도 거리가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자를 준비하는 이들은 그리는 부분에서 자신의 선에서 최대한 완성시키고 도전하는 것이기에 이것이 선수시절 포지션과 절대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순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에서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는 지나치게 자유로웠으며, 책임감이 부족했으며, 상황인식 능력이 부족한 모습 등 직업윤리 인식 부재를 비롯해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성향이자 역량의 부족으로 바라봐야 마땅한 문제이다. 이를 클린스만의 선수 시절 포지션이 공격수였고, 자신이 아는 유명 감독 중 공격 수 출신이 없기에 '공격수 출신은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는 인식으로 머리에 집어넣는 것은, 정보에 의거한 계산을 행하는 아닌, 그저 편견과 고정관념을 자신의 머릿속에 박아 넣는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무지의 영역은 더욱 넓어져 간다.
필자가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을 한번 더 강조하겠다. 당신이 모른다고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https://football-observatory.com/Demographic-analysis-of-professional-football-2825
https://www.transfermarkt.com/spieler-statistik/wertvollstespieler/marktwerte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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