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바르셀로의 2024-25 시즌 주장단이 공개되었다.
주장단의 구성은 이렇다.
주장 -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
부주장 - 로날드 아라우호
3 주장 - 프랭키 더용
4 주장 - 하피냐
5 주장 - 페드리
이번 주장단을 보고 세 가지 특징을 느꼈다. 이 글에선 그 세 가지와 주장단에 대한 전체적인 생각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전원, 다른 국가 출생의 대표팀 선수라는 것이다.
주장인 테어슈테겐의 경우 본래 독일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리였던 마누엘 노이어가 지난 8월 21일,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며 32의 나이에 독일 대표팀의 주전 골리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주장인 아라우호는 우루과이 대표팀의 주전 수비수로, 우루과이의 새로운 황금세대를 대표하는 선수 긴하나, 지난 코파 아메리카 2024에선 부상으로 대회 도중에 이탈했다.
프랭키 더용은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중원의 핵심이자 가장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선수 중 하나로, 지난 유로 2024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하피냐는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주전 라이트윙으로 활약 중이며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라이트윙으로 출전했으며 콜롬비아를 상대로 프리킥 득점을 해내는 등 활약을 보여줬으나 큰 영향력을 보이진 못했고, 브라질은 8강에서 탈락했기에 향후 브라질 대표팀에서 어떤 입지를 가지게 될지가 주목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페드리는 스페인 국가대표 중원의 핵심 자원 중 하나로, 지난 유로 2024에선 스페인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으나, 8강에서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었다.
이번 바르셀로나 주장단의 특징, 그 두 번째는 부상이력이다.
모든 선수가 지난 2023 - 24 시즌에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한 선수들로, 이들의 지난 시즌 부상 이력을 나열하자면 이와 같다. (트랜스퍼 마크트 기준)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
(허리 부상 / 85일 / 19경기 이탈)
로날드 아라우호
(근육 부상 / 36일 / 7경기 이탈)
(무릎 부상 / 3일 / 1경기 이탈)
(햄스트링 부상 / 7월 15일부터 회복 중 / 약 8경기 이탈)
프랭키 더용
(발목 염좌 / 61일 / 14경기 이탈)
(발열 / 4일 / 1경기 이탈)
(발목 부상 / 35일 / 6경기 이탈)
(발목 부상 / 4월 22일부터 회복 중 / 약 9경기 이탈)
하피냐
(근육 부상 / 27일 / 6경기 이탈)
(근육 부상 / 29일 / 7경기 이탈)
(무릎 / 2일 / 1경기 이탈)
페드리
(햄스트링 부상 / 71일 / 16경기 이탈)
(근육 문제 / 23일 / 3경기 이탈)
(햄스트링 부상 / 34일 / 6경기 이탈)
(무릎 내측 염좌 / 41일 / 0경기 이탈)
테어슈테겐과 하피냐는 운이 안 좋았다고 치더라도, 더용은 단기간에 계속해서 발목 부상에 시달려 발목 내구성이 걱정되는 상황이며 아라우호와 페드리는 지나치게 부상이 잦은 선수로, 주장으로서의 기능을 잘해줄 수 있을지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번 바르셀로나 주장단의 특징, 그 마지막은 '라 마시아'이다.
이미 눈치챈 이들도 있겠지만, 이번 주장단엔 라 마시아 출신 선수가 없다. 이들이 프로 데뷔한 구단을 정리해 보자면
🇩🇪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 - 묀헨 글라트바흐
🇺🇾 로날드 아라우호 - 아틀레티코 렌티스타스
🇳🇱 프랭키 더용 - 빌럼 II
🇧🇷 하피냐 - 비토리아 기마랑이스
🇪🇸 페드리 - 라스 팔마스
B팀도 라 마시아로 분류하는 바르셀로나 특성상 아라우호는 구단 공식적으론 라 마시아로 분류되나, 실질적인 풀레이스타일은 우루과이에서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크라이프 부임 이후 바르셀로나엔 거의 항상 라 마시아 출신 주장이 존재했다. 펩 과르디올라 - 세르지 바르주안 - 카를레스 푸욜 - 차비 에르난데스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 리오넬 메시 - 세르지오 부스케츠 (제라르드 피케) 등..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0년대엔 주장단 전체가 라 마시아 출신으로 구성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충격적인 일이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라고 해도 항상 유스 출신이 주장 완장을 차던 것은 아니다.
구단 철학이 확립되고 라 마시아라는 유스 시스템이 체계화되기 시작한 크루이프의 드림팀 때에는 바스크 출신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서 활약했고 호세 마리 바케로와 로날드 쿠만 등이 주장 완장을 찼으며
이후 암흑기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중반까지의 바르셀로나의 암흑기엔 포르투갈 출신 루이스 피구, 레알 마드리드 출신 루이스 엔리케와 네덜란드 출신 필립 코쿠 등이 주장완장을 차기도 했다.
요컨대 그 유명한 라 마시아를 갖춘 바르셀로나도 변화가 필요하거나 라 마시아 출신의 선수들이 경험이 부족한 시기에는 외부 출신의 주장을 활용했다.
현재의 바르셀로나는 마치 크라이프와 반 갈의 바르셀로나처럼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며, 많은 라 마시아 출신 자원들이 1군에 포함되어 경험을 쌓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과 후대의 연결고리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외부인이 맡아줄 것이다.
이번 주장단은 여러모로 불안한 점이 많다. 감독이 독일인인 상황에서 주장단이 전원 다른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것은 어찌 보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듯 하지만, 바르셀로나 지역과 축구에 대한 이해로 단합되는 과정에서 문제를 겪진 않을까란 불안감이 있다.
또한 테어슈테겐은 팀 최고 고참이고, 프랭키 더용과 페드리는 바르셀로나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볼 수 있으며, 하피냐는 본보기가 될만한 헌신적인 태도와 팀에 대한 애정을 갖추고 있기에 주장단에 적합하다고 보지만
로날드 아라우호가 부주장인 점은 여전히 불안하다.
물론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한 통렬한 수비와 카리스마는 있지만 부상으로 팀에서 자주 이탈하며, 무엇보다 아라우호는 바르셀로나 철학의 완성보단, 현실과의 타협에 필요한 선수라는 점,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실수를 저지르며 베테랑 팀 동료인 일카이 귄도안과 마찰이 있었던 것 등 주장단으로서의 실망스러운 면모를 보여준 점, 국가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베테랑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라는 후보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욱 아쉽다.
바르셀로나에게 지금은 변화의 시대다. 지금으로선 외부인들이 바통을 쥐고 있을지 몰라도, 언젠간 라 마시아로 돌아올 것이다.
이 바통을 그들에게 넘겨주는 시점의 바르셀로나는 어떻게 크라이프의 설계도를 해석하여 대성당을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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